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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은 시장 수요와 핵심역량의 교차점에서 시작된다
큰 시장을 찾는 것만으로 좋은 신사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 조직이 실제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과 시장의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실행 가능한 사업이 시작된다.
이 글은 과거 커리어 커뮤니티에 썼던 「나로부터 시작되는 대장정」의 핵심 논지를 바탕으로, 현재의 사업개발 전문 컨설턴트 관점에서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
신사업을 검토할 때 우리는 흔히 시장부터 본다.
시장 규모는 얼마나 큰가.
성장률은 높은가.
최근 투자가 몰리는 분야인가.
경쟁사는 얼마나 벌고 있는가.
물론 모두 중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업이 우리에게 좋은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수요가 크더라도 내가, 또는 내가 속한 조직이 경쟁력을 갖고 수행할 수 없는 사업이라면 현실적인 의미는 크지 않다. 아이디어를 신나게 설명하고 다녀도 결국 실행할 사람이 없고, 필요한 역량을 처음부터 모두 사와야 하고, 경쟁사가 이미 훨씬 잘하는 영역이라면 사업은 시작부터 불리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뛰어난 기술이나 경험이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높은 역량도 사업적 가치로 전환되지 못한다.
결국 신사업은 두 가지가 만나는 곳에서 시작한다.
시장의 수요와 우리의 핵심역량.
‘좋아 보이는 시장’과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시장’은 다르다
사업 아이디어를 검토할 때 가장 위험한 표현 중 하나는 “요즘 이 시장이 뜬다”는 말이다.
AI가 뜨니까 AI 사업을 해야 하고, 고령화가 진행되니 시니어 사업을 해야 하고, K-콘텐츠가 잘되니 해외 콘텐츠 사업을 해야 한다는 식이다.
시장 트렌드는 분명 기회를 만든다. 그러나 모든 기회가 모든 기업의 기회는 아니다.
신사업 책임자가 봐야 할 것은 시장의 절대적인 크기뿐 아니라 우리 조직이 그 시장에서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이유다.
- 이미 보유한 고객은 누구인가.
- 우리가 잘 아는 산업은 무엇인가.
- 어떤 파트너와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 조직 안에 축적된 기술과 운영 경험은 무엇인가.
- 다른 회사가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자산은 무엇인가.
- 대표와 핵심 인력이 실제로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영역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큰 시장을 발견해도 결국 남의 사업을 구경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핵심역량만 보는 것도 위험하다
반대로 내부 역량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이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이걸 사업화해야 한다.”
“우리 팀이 이 분야를 가장 잘 아니까 시장도 있을 것이다.”
기술 기업에서 특히 자주 만나는 접근이다.
하지만 고객이 돈을 지불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그것은 뛰어난 기술일 수는 있어도 좋은 사업은 아니다.
사업개발에서 시장과 역량 중 하나만 보는 것은 결국 같은 오류를 만든다.
시장만 보면 실행력이 없는 사업이 되고,
역량만 보면 고객이 없는 사업이 된다.
새로운 사업을 보기 전에 먼저 조직을 이해해야 한다
열 번의 이직과 다섯 번의 창업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처음에는 개인의 직업과 진로를 찾기 위한 질문이었다.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이면서 이 질문이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회사는 누구인가.’
회사는 무엇을 잘하는가.
무엇은 잘하지 못하는가.
어떤 환경에서 실행 속도가 빨라지는가.
어떤 사업에서는 반복해서 성과가 나고, 어떤 사업에서는 반복해서 문제가 생기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신사업을 찾으면 외부 트렌드에 따라 조직이 계속 흔들린다.
좋아 보이는 시장이 나타날 때마다 새로운 방향을 선언하고, 몇 달 뒤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또 다른 사업으로 이동한다.
신사업을 많이 시도하는 것은 진취적이고 좋은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단 하나라도 신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신사업 검토의 출발점
새로운 사업을 검토한다면 최소한 두 장의 지도를 먼저 그려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시장 지도다.
고객은 누구이고, 어떤 문제가 있으며, 현재 무엇에 돈을 쓰고 있고, 시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다른 하나는 역량 지도다.
우리가 가진 사람, 기술, 고객, 파트너십, 브랜드, 데이터, 운영 경험과 자본 중 실제 경쟁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두 지도가 겹치는 영역을 찾는다.
그곳이 신사업의 출발점이다.
물론 그 교차점에서 출발했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고객 인터뷰와 작은 실험을 통해 수요를 검증해야 하고, 수익구조와 조직 구조도 설계해야 한다.
다만 적어도 출발점은 훨씬 좋아진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사업이 아니라 우리가 잘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은 ‘우리의 무기’를 가지고 시장으로 나가는 일이다
사업은 시장을 읽는 일인 동시에 자신을 읽는 일이다.
개인에게 자신이 가진 능력과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듯, 기업도 스스로의 핵심역량을 이해해야 한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직업을 선택하기 어려운 것처럼, 조직이 가진 무기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신사업을 고르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신사업 기획을 시작할 때는 시장 규모 자료보다 먼저 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이 사업을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이 없다면 조금 더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분명한 답이 있다면 그다음에는 시장에 묻는다.
“고객은 그 차이에 실제로 돈을 지불할 것인가?”
두 질문에 모두 답할 수 있는 지점에서 비로소 사업개발이 시작된다.